생명의 7가지 조건 CELLULAR ORGANIZATION METABOLISM RESPONSIVENESS REPRODUCTION HOMEOSTASIS HEREDITY ADAPTATION 식물이 사라진 2054년의 지구. 알 수 없는 이유로 몇 년 전 광합성과 동시에 성장을 멈춘 지구상의 모든 식물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며, 이 재앙을 타파하기 위해 임시로 설립된 세계정부. 세계정부에선 인간 종을 유지시킬 산소의 양은 오직 1014년 어치가 남았다는 발표가 있었으며, 남은 산소의 양을 늘리기 위하여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모든 식물종은 더 이상 지구의 생물이 아니었습니다. 이 정책들은 출산률의 통제부터 먹이사슬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모든 동물의 인공 멸종을 포함합니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에는 원인에 따른 결과인 재앙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동물의 38%가 지구에서 자취를 감추었으며, 당장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식량난입니다. 수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사회는 계급제가 더욱 심해져 부를 가진 자만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 외에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거리가 잿빛으로 변했으나, 오래 그리 살아온 자들도 있는 터입니다. 현재 세계정부에서 엄선한 소수의 정예 과학자들이 이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무슨 연구를 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인류의 유일한 희망은 이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병원을 나가는 환자들에게는 재회를 기약하지 않는다. "아직은 퇴원할 수 없어." 또 같은 소리! 언제쯤 나갈 수 있냐고 묻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 먼저 대답해버리는 KPC의 목소리가 진료실에 무겁게 울립니다. 이제 몸도 다 나은 것 같은데, 억지로 나를 꾀병환자로 만들어버리는 KPC 때문에 병원에서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다른 환자들은 의사의 확인을 받고 하나둘씩 퇴원을 하기 시작하는데, 왜 나는 아직까지 병원을 나가면 안 된다는 것일까요. 오늘도 의문만이 남은 채 당신은 진료실을 나섭니다.
좀비 사태가 발발한 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4시간 안에 감염된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는 이대로 멸망되는 듯 했으나,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인류는 이를 희망이라 불렀습니다. 치료제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치료제를 투여했음에도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비활성화 상태로 몸 안에 계속 남아있는 사람들 또한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당신이 고개를 돌리면 불이 켜진 유리창 너머에는 kpc가 서 있습니다. 헤어진 후 처음 보는 kpc는 당신이 기억하던 kpc 이던가요? 그는 바이러스의 감염자, 좀비잖아요. 과연 100시간 후, kpc는 바이러스에서 완치되어 좀비에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그해 가을, 런던은 간헐적으로 오던 부슬비 한 번 내리지 않을 정도로 건조했습니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인사가 바뀌었을 정도로 날씨는 한동안 화제였죠. 그야, 한 달 넘게 제대로 된 햇빛을 보지 못했을 정도로 무거운 구름이 꼈는데도 비가 내리지 않았는 걸요. 하지만 도시에서 날씨는 그저 찰나의 관심거리였을 뿐, 며칠이 지나자 사람들은 여느 때와 같은 나날을 보냅니다.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 가득한 하늘 아래, 길게 뻗은 거리는 행인들의 발자국 소리로 소란스럽습니다. 낙엽이 지기 시작하자 기침소리가 도시에 가득해졌습니다. 폐결핵이 유행한다는 말이 돌았지만 사람들은 그저 원인 모를 마른 기침만을 할 뿐입니다. 사람들이 그저 고통을 삼키기만 할 때, 몇몇 왕족이 궁을 버리고 런던에서 떠났다는 소문마저 돕니다. KPC도 기침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질 무렵 강에서 하나, 둘 익사한 시체들이 떠오르고, 도시의 소란을 삼켜버릴 것만 같은 겨울, 하늘에서 모래처럼 마른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동일한 질병 증세를 보였습니다. 곧 학자들에 의해 이 질병이 전례없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임을 알아냈고, 파이로젠 바이러스라 명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미디어는 이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라고 불렀고,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이를 좀비 사태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바이러스는 곧 전 지구를 장악했고, 인류의 70%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오늘은 좀비사태가 발발한지 일년 7개월 12일째. 당신과 치아키는 이 절망적인 세상속에서 서로를 의지해가며 안전지대로 향하는 여정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기나긴 전쟁, 그리고 핵폭발로 인해 황폐화된 지구. 핵무기가 폭발한 지점, 그라운드 제로에는 폭발에 휩쓸려 지상에 있던 모든 것이 사라졌고 그라운드 제로를 중심으로 수 백, 수 천 km까지 방사능이 퍼져 살아있는 인간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땅이 되었다. 계속된 전쟁으로 인해 살아남은 인류는 수 천 명 안팎. 화려한 도시도, 눈부신 문명도 지금은 스러져 가는 폐허가 되었을 뿐이다.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은 군락을 이루어 살기 시작했지만 남은 이들에게 남은 것은 미래에 대한 불신 뿐. 이대로 인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겠지. 차라리 핵폭발과 함께 한순간에 죽는 게 나았을까. 종말은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남은 사람들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왔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핵폭발 중심지에서 이상 현상이 관측된다.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조사하기 위해 탐사대가 꾸려지고. 탐사원으로 선발된 카나메와 치아키는 그라운드 제로를 향해 길을 떠나는데…….
그때의 사건 이후로도 벌써 반년이 지났습니다. 팬텀 블루 미스트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지만, 강한 빛이 있으면 어둠도 따라오기 마련이죠. 어느 순간부터 괴도를 향한 소문들이 도시에 퍼져가기 시작합니다. 아주 악질적인 소문이 말이에요. “또 안개꽃이 발견됐어.” 그중 가장 두드러진 건, 팬텀 블루 미스트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한 달 전부터 도시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은, 그 방식도 대상도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별개의 사건으로 취급되었습니다만, 현장에는 언제나 푸른 안개꽃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야 팬텀 블루 미스트가 자신의 상징으로 안개꽃을 쓰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살인자가 단순히 사칭했을 수도 있겠지만…… 범죄자를 어떻게 믿겠어요? 이제 도시의 사람들은 팬텀 블루 미스트를 두려워하고, 미워합니다. 이에 대해 어떤 감상을 품든 간에, 당신은 훌륭하고 믿음직한 경찰이잖아요! 자, 어서 출동합시다!
언제부터 깜빡 잠들었던 걸까요? 탐사자는 어깨와 팔을 타고 오르는 오한에 싹싹 팔을 문지르며 눈을 뜹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곳은 탐사자의 집도, 탐사자가 마지막으로 들렀던 장소도 아닙니다. 잎도 모두 떨어져 버린 듯 바싹 마른 나무가 빼곡하게 자라있는 곳, 땅은 어둡고 생명의 온기라고는 느껴지지 않고 버석거리며 갈라져 있으며 하늘에는 옅은 눈발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탐사자는 차가운 하늘 아래에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탐사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입니다.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탐사자는 춥지도 않은지 이 추운 겨울의 숲속에서 두꺼운 겉옷조차 걸치지 않은 낯익은 얼굴을 발견합니다. 저 사람은… KPC? KPC인가요? KPC는 꼭 울 것 같은 얼굴로 탐사자를 바라봅니다. “정말 탐사자 너야? 꿈을 꾸는 건 아니겠지? 탐사자, 내가 얼마나 널 다시 만나고 싶어 했는지 넌 모를 거야….” 벅차오르는 얼굴로 KPC는 갈라진 땅을 박차고 달려와 탐사자를 끌어안으려고 합니다. 팔을 벌리고 탐사자의 품으로 달려들려는 그 순간, 어째서인지 KPC는 탐사자의 머리카락 한 올에도 닿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되어 버리고 맙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KPC의 몸 뒤로 보여서는 안 될 몸 뒤의 배경이 얼핏 비쳐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흐릿한 형체의 KPC를 바라보며 탐사자는 그제야 떠올립니다. KPC는 잠들기 전 탐사자와 함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로로 쓰러져 분명 병원에 입원했을 텐데. “미안해, 탐사자. 많이 놀란 얼굴이네.” 목소리마저 흐릿하게 눈에 녹아 사라져 버릴 것만 같습니다. KPC는 멋쩍은 얼굴로 희미하게 웃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나 몸을 잃어버린 것 같아. 나 좀 도와줄래?”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범인을 색출해내는 기술도 날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웬만한 범죄자는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감옥에 들어가기 일쑤죠. 경찰의 눈을 피해 음지에서 기어 다니는 죄 많은 그들…… 아, 물론 동정하는 건 아니에요. 정의로운 신입 형사인 당신에게 죄는 뿌리 뽑아야 할 악덕이며, 악당은 혼쭐을 내줘야 할 불량 씨앗이니까요. “그런데, 벌써 몇 번째 검거에 실패하는 게 가당키나 하냔 말이야!” 쾅, 상사가 책상을 크게 내리치며 분통을 터트립니다. 책상 위에는 오늘 아침에 발간된 따끈따끈한 신문이 펼쳐져 있습니다. 1면에 들어간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그 유명한, 팬텀 애쉬 미스트의 화려한 예고장입니다. 어렵게 꼬아놓은 퀴즈나 수수께끼도 없이, 정정당당하게(이 말을 써도 괜찮을까요?)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 어느 장소에서 보아요!” 발송된 예고에는 언제나 그렇듯 회색 안개꽃이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이왕 친절하게 예고장을 보낼 거라면 뭘 훔쳐 가는지도 말해달라고!” 그렇습니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범인을 색출해내는 기술도 날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웬만한 범죄자는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감옥에 들어가기 일쑤죠. 경찰의 눈을 피해 음지에서 기어 다니는 죄 많은 그들…… 사이에서도, 경찰을 우롱하며 훨훨 날아다니는 회색 안개의 괴도!
탐사자의 가문과 악마 KPC가 계약을 맺은지도 어연 20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번 대 악마의 하수인으로 발탁된 탐사자는 뱀의 악마가 사는 외딴 저택으로 첫 출근을 하게 됩니다. 이제부터 탐사자는 이제부터 충실한 손발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KPC는 뱀의 악마, 탐사자는 악마의 하수인으로 고정된 역할 및 특정한 백스토리가 부여됩니다. 탐사자 가문의 선조는 KPC가 소원을 들어준 대가로 대대손손 하인이 될 것을 약조했습니다. 200년 동안 계약이 이어졌고, 탐사자는 이번 대 악마의 하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