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직, 불길하게 나무판이 꺾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찢겨진 종이, 부서져 뒹굴고 있는 우드락… 아, 이거 내일 학교 축제에서 쓰일 장식물인데. 무대 시간도 따내지 못한 채 변변찮게 시간을 죽이던 중 사고를 쳐버린 밴드부 소속의 PC들은 결국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학교에서 밤을 지새게 됩니다. 그나저나 최근 이 근방에서 유독 이상한 괴담같은게 잔뜩 들려왔던 거 같은데, 별 일은 없겠죠?
끔찍했던 악몽이 있었음에도, 시간은 변함없이 흐릅니다. 준비되지 않은 우리에게 찾아오는 변화들은 낯설고, 또 신기할 따름입니다. …오늘도 우리들은, 신망선의 ‘꿈을 품은 미래’입니다. 그 사건이 우리들을 휩쓸고 지나간 지 어느새 5년이란 시간이 지 났습니다. 우리는 아직 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끝나지 않았지만, 많은 것을 익혀 세상을 보는 시야가 더 넓어지고, 평생 하나뿐 인 ‘진주’를 얻었습니다. 당신만의 ‘진주’가 생겼을 때 어떤 기분이 었나요? 성인을 향해 첫걸음 내디딘 것이 설렜나요? 혹은 당신을 찾은 변화가 익숙지 않아 두려웠나요? 우리의 마음이 불안과 호기심으로 술렁이는 만큼, 우리에 대한 주변 어른들의 기대도 높아집니다. …더 노력해야지요.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되니까요. 한 사람의 몫을 다 하는 훌륭한 인물이 되어야지요! 그렇게 언제나 평화로운 신망선에도, 우리들의 성장처럼 눈에 띄는 새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건… 바로 얼마 후 열릴 ‘축제’예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가 온 건……
너희 같은 위선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박하와 회향과 근채에 대해서는 십 분의 일을 바치라는 율법을 지키면서 정의와 자비와 신의 같은 아주 중요한 율법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십 분의 일세를 바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만 정의와 자비와 신의도 실천해야 하지 않겠느냐? (마태 23,23)
■■■는 행복 속에 통치되리라
환절기로 접어들며 감기가 유행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녹스 또한 마침 심한 감기에 걸렸다고 하네요! 괜찮을까요, 녹스는 혼자일텐데요. 열 기운때문인지, 녹스는 평소보다도 솔직한 잔 투정이 조금 늘은 듯 보입니다. “저기, 혹시 와 줄 수 있어? 심심하기도 하고…” 아픈 사람이 혼자서 자신의 몸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겠죠. 병문안을 가 볼까요?
어둑한 바닷속에서는 하늘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마을은 수면과 한참은 떨어진 심해에 자리 잡고 있거든요. 바깥세상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바닷속처럼 알록달록 빛나는 산호초가 있을까요? 그도 아니면 심해어처럼 눈먼 이들이 있을까요? 간혹 궁금증이 일기도 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 마을을 나가본 적이 없습니다. 바깥은 거친 폭풍이 몰아치고, 아직 어린 우리들에게는 위험한 곳이기에 어른들이 금기로 정해두셨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이 아름다운 마을 속 안전한 보호 아래서 성인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 먼 곳, 수면 밖이 궁금해서요? 아니면 바깥 육지가 궁금해서요? 어쩌면 이 마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어른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친우들도 있겠지요. 그래서인지 모두들 우릴 보고 '꿈을 품은 미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당신은 이곳에서 어떤 꿈을 품고 있나요? …아, 대학당의 종이 울립니다. 학문을 익히러 갈 시간이에요. 너무 늦으면 스승님의 잔소리가 하루 종일 쫓아다닌다는 것을 당신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서둘러 친우들과 함께 학당으로 돌아가 볼까요?
"지금 ■■, ■■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은 긴급 편성된 임시 ■■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내리시는 ■■이 모두 ■■하신 후에 안전하게 ■■ 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구원의 이야기입니다.
성인이 된 해의 겨울, 하늘에서는 눈 대신 날개가 달린 마물들이 이따금 쏟아져 나왔습니다. 마물의 저주인지, 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영혼이 빠져나간 인형처럼 기묘한 형태로 사망했으며, 곳곳에서는 비명소리와 함께 세계의 멸망을 기다리는 노래가 누군가의 입과 입을 통해 흘러나옵니다.
과거에 크게 성공을 거두어 찬란히 빛났건,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저 땅만 빌빌 기어댔건 ... 한마디로 말하죠. 여러분의 밴드는 쫄딱 망했습니다. 빌어먹을 노래는 팔리지도 않고, 여러분의 행적은 더 이상 신문기사 끄트머리를 장식하지도 못 합니다. 군중이 우릴 찾지 않는데 우리가 뭘 하겠습니까? 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