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쌀쌀한 초봄, 기분 전환 삼아 혼자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던 KPC는 여행 일정이 다 지나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먼저 연락이 왔던, 당신이 연락을 보냈건 돌아오는 대답은 이렇습니다. 지내보니 좋은 곳 같아서, 앞으로 여기서 살기로 했어. 아예 이쪽으로 이사해서 그곳에 있는 짐은 모조리 버리고 여기서 새로 살거야. 앞으로 보기 힘들겠네. 갑작스러운 결정입니다. 이렇게 대책 없는 결정을 할 사람은 아니었는데요. 당황한 당신은, 시간을 내서 직접 그곳에 방문해보기로 합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던, 적어도 얼굴 보고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이던. 떠나는 길에는 얕은 비가 내립니다.
20XX년. 록은 더 이상 멋지지 않습니다. 전성기는 끝난지 오래입니다. 돈방석에 앉아 레이블과 계약하던 수많은 밴드는, 록스타는 어디로 갔을까요? 가난과 예술, 밴드를 결합해 자조하는 흐름이 유행했던 때도 있지만 이제 그런 관심도 사그라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음악을 하고 싶어! 젊음을 부르짖고 싶어! 젊고 치기 어린 밴드들은 뉴욕주의 스타데일로 모입니다.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하는 록의 고장에서 올해에도 축제가 열립니다. 여러분은 스타데일 페스티벌에서 기억에 남을 굉장한 무대를 연출하고 싶은 밴드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끝내주는 곡을 받기 위한 진검승부에서 승리하고, 전설적인 공연을 할 수 있을까요?
어느 날 여러분은 방탈출을 즐기러 갑니다. 테마는 학교괴담, 직원의 안내에 따라 안대를 벗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곳은 소품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리얼한 어느 고등학교의 교실 안이었습니다.
그해 가을, 미스트는 간헐적으로 오던 부슬비 한 번 내리지 않을 정도로 건조했습니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인사가 바뀌었을 정도로 날씨는 한동안 화제였죠. 그야, 한 달 넘게 제대로 된 햇빛을 보지 못했을 정도로 무거운 구름이 꼈는데도 비가 내리지 않았는걸요. 하지만 도시에서 날씨는 그저 찰나의 관심거리였을 뿐, 며칠이 지나자 사람들은 여느 때와 같은 나날을 보냅니다.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 가득한 하늘 아래, 길게 뻗은 거리는 행인들의 발소리로 소란스럽습니다. 낙엽이 지기 시작하자 기침 소리가 도시에 가득해졌습니다. 폐결핵이 유행한다는 말이 돌았지만, 사람들은 그저 원인 모를 마른기침만을 할 뿐입니다. 사람들은 그저 고통을 삼키기만 할 때, 몇몇 왕족이 궁을 버리고 미스트에서 떠났다는 소문마저 돕니다. 녹스도 기침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질 무렵 강에서 하나, 둘 익사한 시체들이 떠오르고, 도시의 소란을 삼켜버릴 것만 같은 겨울, 하늘에서 모래처럼 마른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콰직, 불길하게 나무판이 꺾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찢겨진 종이, 부서져 뒹굴고 있는 우드락… 아, 이거 내일 학교 축제에서 쓰일 장식물인데. 무대 시간도 따내지 못한 채 변변찮게 시간을 죽이던 중 사고를 쳐버린 밴드부 소속의 PC들은 결국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학교에서 밤을 지새게 됩니다. 그나저나 최근 이 근방에서 유독 이상한 괴담같은게 잔뜩 들려왔던 거 같은데, 별 일은 없겠죠?
끔찍했던 악몽이 있었음에도, 시간은 변함없이 흐릅니다. 준비되지 않은 우리에게 찾아오는 변화들은 낯설고, 또 신기할 따름입니다. …오늘도 우리들은, 신망선의 ‘꿈을 품은 미래’입니다. 그 사건이 우리들을 휩쓸고 지나간 지 어느새 5년이란 시간이 지 났습니다. 우리는 아직 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끝나지 않았지만, 많은 것을 익혀 세상을 보는 시야가 더 넓어지고, 평생 하나뿐 인 ‘진주’를 얻었습니다. 당신만의 ‘진주’가 생겼을 때 어떤 기분이 었나요? 성인을 향해 첫걸음 내디딘 것이 설렜나요? 혹은 당신을 찾은 변화가 익숙지 않아 두려웠나요? 우리의 마음이 불안과 호기심으로 술렁이는 만큼, 우리에 대한 주변 어른들의 기대도 높아집니다. …더 노력해야지요.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되니까요. 한 사람의 몫을 다 하는 훌륭한 인물이 되어야지요! 그렇게 언제나 평화로운 신망선에도, 우리들의 성장처럼 눈에 띄는 새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건… 바로 얼마 후 열릴 ‘축제’예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가 온 건……
너희 같은 위선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박하와 회향과 근채에 대해서는 십 분의 일을 바치라는 율법을 지키면서 정의와 자비와 신의 같은 아주 중요한 율법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십 분의 일세를 바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만 정의와 자비와 신의도 실천해야 하지 않겠느냐? (마태 23,23)
■■■는 행복 속에 통치되리라
환절기로 접어들며 감기가 유행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녹스 또한 마침 심한 감기에 걸렸다고 하네요! 괜찮을까요, 녹스는 혼자일텐데요. 열 기운때문인지, 녹스는 평소보다도 솔직한 잔 투정이 조금 늘은 듯 보입니다. “저기, 혹시 와 줄 수 있어? 심심하기도 하고…” 아픈 사람이 혼자서 자신의 몸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겠죠. 병문안을 가 볼까요?
어둑한 바닷속에서는 하늘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마을은 수면과 한참은 떨어진 심해에 자리 잡고 있거든요. 바깥세상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바닷속처럼 알록달록 빛나는 산호초가 있을까요? 그도 아니면 심해어처럼 눈먼 이들이 있을까요? 간혹 궁금증이 일기도 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 마을을 나가본 적이 없습니다. 바깥은 거친 폭풍이 몰아치고, 아직 어린 우리들에게는 위험한 곳이기에 어른들이 금기로 정해두셨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이 아름다운 마을 속 안전한 보호 아래서 성인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 먼 곳, 수면 밖이 궁금해서요? 아니면 바깥 육지가 궁금해서요? 어쩌면 이 마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어른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친우들도 있겠지요. 그래서인지 모두들 우릴 보고 '꿈을 품은 미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당신은 이곳에서 어떤 꿈을 품고 있나요? …아, 대학당의 종이 울립니다. 학문을 익히러 갈 시간이에요. 너무 늦으면 스승님의 잔소리가 하루 종일 쫓아다닌다는 것을 당신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서둘러 친우들과 함께 학당으로 돌아가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