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닿은 피부가 서늘했다. 창 밖의 바다는 유난히 창백했고. KPC과 탐사자는 올해의 겨울 휴가를 위해 바닷가의 호텔에 방문했습니다. 바다는 아름답고, 호텔의 시설은 완벽하지만…… 코가 잘려나갈 정도로 흉포한 한파가 몰아치는 날씨 탓에 인기척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덕분에 정경이 완벽한 방을 얻을 수 있었으니 행운일까요? 창밖으로 넓은 바다가 펼쳐집니다. 흰색에 가까운 색 바랜 모래사장까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입니다. 고즈넉한 겨울의 바다.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풍경…… 물속의 것들도 모두 잠들거나 죽었을 계절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바다의 마지막을 목격하는 중일지도 몰라요. 짠 내음이 나는 물 대신 애매한 감성에 젖었을 때, 인터폰이 울립니다. “룸서비스가 도착했습니다.”
늦은 밤, 걸려온 전화에 탐사자는 잠에서 깹니다. 소중한 사람에게서 걸려온 전화입니다. 불안한 호흡, 떨리는 목소리… 그 끝에 들려온 것은 “…나 사람을 죽인 것 같아. 지금 와줄 수 있을까?”
"아, 안 잔다니까!" 또 시작입니다. 침대 밑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느니, 꿈에 괴물이 나온다느니, 잠자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느니, 온갖 핑계를 들어가며 잠들지 않으려고 하는 저 도련님(도련님)말이에요. 보수가 월등히 많은 탓에 이 깊은 숲속까지 들어와 저 막무가내 도련님의 어리광을 수년째 받아주고는 있지만, 이젠 정말 관둘 때가 된 걸까요. 이 저택의 사용인인 탐사자는 오늘도 깊은 한숨을 쉬며 KPC를 달랩니다.
전 세계적으로 생명에 치명적인 충병이 유행 중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옵니다. kpc 또한 이주 전 쯤부터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습니다. 아직 위험성이 밝혀 지지 않았기에 병원은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었으며, 허가를 받은 환자의 간병인들만이 출입이 가능하다 합니다. kpc는 괜찮은걸까요? 조금 걱정이 되는데... 그리고 탐사자는 오늘, 병원에서부터 느닷없이 kpc의 간병인으로서 채택되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오늘 탐사자는 어떠한 이유로 여유롭게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갑자기 당신의 팔짱을 끼고 친근하게 굽니다. 누구인가, 하고 돌아보니 다름아닌 KPC네요. 그는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당신에게 말합니다. "하,하하... 자기야, 왜 이제 왔어~ 한참 기다렸잖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저희는 그런 사이가 아니잖아요?
몇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또 다시 뜯어 먹힌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여전히 악몽 속에서 눈을 뜹니다. 탐사자의 눈앞에서 누군가가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앞으로 누군가가 다가가고....... 꿈은 항상 누군가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끝이 납니다. 현실과도 같은 생생한 꿈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이 벌써 며칠째던가요? 흉흉한 런던의 분위기 때문인지, KPC를 만나지 못한 것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탐사자는 KPC로부터 오랜만의 티타임을 갖자는 편지 한 통을 받습니다.
마을에는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거칠게 기침을 토해내는 사람. 추위에 떠는 사람. 무언가를 보고 두려워 하는 사람. 그러나 그 병을 고칠 방도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죽어갈 따름입니다. 이 절망 속에서.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떨어지는 낙엽이 소리 없이 쌓이기 시작하는 가을 날. kpc와 pc는 함께 혹은, 각자 평소와 같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kpc는 여행, 일 혹은 다른 어떠한 이유로 잠시 자리를 비운다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돌아온다는 날이 되었는데도 kpc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pc가 연락을 취해봐도 감감무소식일 뿐입니다. 하늘은 점차 흐려지고, 불안한 시간을 보내던 pc 앞으로 발신자 표시가 없는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편지 속엔 곱게 접혀 있는 지도 한 장과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는 종이 한 장이 들어있습니다. [당신이 아는, 당신이 찾고 있는 그 사람이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부디, 길 잃은 양을 옳은 길로 인도하러 와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