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사건 이후로도 벌써 반년이 지났습니다. 팬텀 블루 미스트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지만, 강한 빛이 있으면 어둠도 따라오기 마련이죠. 어느 순간부터 괴도를 향한 소문들이 도시에 퍼져가기 시작합니다. 아주 악질적인 소문이 말이에요. “또 안개꽃이 발견됐어.” 그중 가장 두드러진 건, 팬텀 블루 미스트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한 달 전부터 도시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은, 그 방식도 대상도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별개의 사건으로 취급되었습니다만, 현장에는 언제나 푸른 안개꽃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야 팬텀 블루 미스트가 자신의 상징으로 안개꽃을 쓰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살인자가 단순히 사칭했을 수도 있겠지만…… 범죄자를 어떻게 믿겠어요? 이제 도시의 사람들은 팬텀 블루 미스트를 두려워하고, 미워합니다. 이에 대해 어떤 감상을 품든 간에, 당신은 훌륭하고 믿음직한 경찰이잖아요! 자, 어서 출동합시다!
언제부터 깜빡 잠들었던 걸까요? 탐사자는 어깨와 팔을 타고 오르는 오한에 싹싹 팔을 문지르며 눈을 뜹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곳은 탐사자의 집도, 탐사자가 마지막으로 들렀던 장소도 아닙니다. 잎도 모두 떨어져 버린 듯 바싹 마른 나무가 빼곡하게 자라있는 곳, 땅은 어둡고 생명의 온기라고는 느껴지지 않고 버석거리며 갈라져 있으며 하늘에는 옅은 눈발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탐사자는 차가운 하늘 아래에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탐사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입니다.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탐사자는 춥지도 않은지 이 추운 겨울의 숲속에서 두꺼운 겉옷조차 걸치지 않은 낯익은 얼굴을 발견합니다. 저 사람은… KPC? KPC인가요? KPC는 꼭 울 것 같은 얼굴로 탐사자를 바라봅니다. “정말 탐사자 너야? 꿈을 꾸는 건 아니겠지? 탐사자, 내가 얼마나 널 다시 만나고 싶어 했는지 넌 모를 거야….” 벅차오르는 얼굴로 KPC는 갈라진 땅을 박차고 달려와 탐사자를 끌어안으려고 합니다. 팔을 벌리고 탐사자의 품으로 달려들려는 그 순간, 어째서인지 KPC는 탐사자의 머리카락 한 올에도 닿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되어 버리고 맙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KPC의 몸 뒤로 보여서는 안 될 몸 뒤의 배경이 얼핏 비쳐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흐릿한 형체의 KPC를 바라보며 탐사자는 그제야 떠올립니다. KPC는 잠들기 전 탐사자와 함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로로 쓰러져 분명 병원에 입원했을 텐데. “미안해, 탐사자. 많이 놀란 얼굴이네.” 목소리마저 흐릿하게 눈에 녹아 사라져 버릴 것만 같습니다. KPC는 멋쩍은 얼굴로 희미하게 웃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나 몸을 잃어버린 것 같아. 나 좀 도와줄래?”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범인을 색출해내는 기술도 날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웬만한 범죄자는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감옥에 들어가기 일쑤죠. 경찰의 눈을 피해 음지에서 기어 다니는 죄 많은 그들…… 아, 물론 동정하는 건 아니에요. 정의로운 신입 형사인 당신에게 죄는 뿌리 뽑아야 할 악덕이며, 악당은 혼쭐을 내줘야 할 불량 씨앗이니까요. “그런데, 벌써 몇 번째 검거에 실패하는 게 가당키나 하냔 말이야!” 쾅, 상사가 책상을 크게 내리치며 분통을 터트립니다. 책상 위에는 오늘 아침에 발간된 따끈따끈한 신문이 펼쳐져 있습니다. 1면에 들어간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그 유명한, 팬텀 애쉬 미스트의 화려한 예고장입니다. 어렵게 꼬아놓은 퀴즈나 수수께끼도 없이, 정정당당하게(이 말을 써도 괜찮을까요?)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 어느 장소에서 보아요!” 발송된 예고에는 언제나 그렇듯 회색 안개꽃이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이왕 친절하게 예고장을 보낼 거라면 뭘 훔쳐 가는지도 말해달라고!” 그렇습니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범인을 색출해내는 기술도 날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웬만한 범죄자는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감옥에 들어가기 일쑤죠. 경찰의 눈을 피해 음지에서 기어 다니는 죄 많은 그들…… 사이에서도, 경찰을 우롱하며 훨훨 날아다니는 회색 안개의 괴도!
탐사자의 가문과 악마 KPC가 계약을 맺은지도 어연 20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번 대 악마의 하수인으로 발탁된 탐사자는 뱀의 악마가 사는 외딴 저택으로 첫 출근을 하게 됩니다. 이제부터 탐사자는 이제부터 충실한 손발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KPC는 뱀의 악마, 탐사자는 악마의 하수인으로 고정된 역할 및 특정한 백스토리가 부여됩니다. 탐사자 가문의 선조는 KPC가 소원을 들어준 대가로 대대손손 하인이 될 것을 약조했습니다. 200년 동안 계약이 이어졌고, 탐사자는 이번 대 악마의 하수인입니다.
살랑 살랑, 따스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뺨을 쓰다듬습니다. 치아키는 한 손으로 카나메의 교복 옷자락을 잡고 입으로는 조금 녹은 아이스크림을 뭅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청량한 하늘과 반팔 교복을 입어도 춥지 않은 기온이 뚜렷한 여름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카나메가 이끄는 자전거가 부드럽게 페달을 움직이며 나아갑니다. 바퀴가 천천히 돌아갑니다. 비가 내리기 전에 도착해야해요.
온 세상을 울릴 듯 요란한 음악 소리. 부족함 없이 준비된 음식.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차리고 꾸민 뒤 들떠 있는 사람들.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스레 이루어진 이 모든 것은 오직 당신을 위해 준비되었습니다. 오늘은 용을 만나러 가는 당신을 온 국민이 모여 축하하는 날이거든요. 50번째 제물이 된 당신은 선택되거나, 혹은 다른 이 대신 제물로서 선택되길 희망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모습으로 치장한 당신은 흰옷을 입은 신관들을 따라 용이 계신 신전으로 가고 있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당신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한 축제라고 하기엔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만발하는 것이… 당신의 죽음을 즐거워하는 것 같지 않나요? 당신을 위해 눈물을 흘려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나라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거니까요. 자아, 어서 용을 맞이하러 가요, 탐사자.
"아, 안 잔다니까!" 또 시작입니다. 침대 밑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느니, 꿈에 괴물이 나온다느니, 잠자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느니, 온갖 핑계를 들어가며 잠들지 않으려고 하는 저 도련님(도련님)말이에요. 보수가 월등히 많은 탓에 이 깊은 숲속까지 들어와 저 막무가내 도련님의 어리광을 수년째 받아주고는 있지만, 이젠 정말 관둘 때가 된 걸까요. 이 저택의 사용인인 탐사자는 오늘도 깊은 한숨을 쉬며 KPC를 달랩니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범인을 색출해내는 기술도 날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웬만한 범죄자는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감옥에 들어가기 일쑤죠. 경찰의 눈을 피해 음지에서 기어 다니는 죄 많은 그들…… 아, 물론 동정하는 건 아니에요. 정의로운 신입 형사인 당신에게 죄는 뿌리 뽑아야 할 악덕이며, 악당은 혼쭐을 내줘야 할 불량 씨앗이니까요. “그런데, 벌써 몇 번째 검거에 실패하는 게 가당키나 하냔 말이야!” 쾅, 상사가 책상을 크게 내리치며 분통을 터트립니다. 책상 위에는 오늘 아침에 발간된 따끈따끈한 신문이 펼쳐져 있습니다. 1면에 들어간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그 유명한, 팬텀 블루 미스트의 화려한 예고장입니다. 어렵게 꼬아놓은 퀴즈나 수수께끼도 없이, 정정당당하게(이 말을 써도 괜찮을까요?)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 어느 장소에서 보아요!” 발송된 예고에는 언제나 그렇듯 푸른 안개꽃이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이왕 친절하게 예고장을 보낼 거라면 뭘 훔쳐 가는지도 말해달라고!” 그렇습니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범인을 색출해내는 기술도 날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웬만한 범죄자는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감옥에 들어가기 일쑤죠. 경찰의 눈을 피해 음지에서 기어 다니는 죄 많은 그들…… 사이에서도, 경찰을 우롱하며 훨훨 날아다니는 푸른 안개의 괴도! 이번에는 꼭, 반드시…… 그를 붙잡아 보이겠어요!
사제복을 입은 미친 이를 보았습니까? 황무지만이 남은 이 세계에서 사람을 찾아 홀로 떠돌던 당신의 앞에 나타난 무너진 성당과 그 성당의 주인. 그는 곧 당신의 얼굴을 보고 울더니, 웃더니, 고백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백이었습니다. 사랑한다 말해주세요.
센트럴 런던, 코벤트 광장을 지나면 작은 골목길이 있습니다. 그곳은 알록달록한 건물로 이루어진, 닐스 야드라는 거리입니다. 코벤트 광장을 산책하던 당신은 그 골목길을 발견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그런데 돌연 안개가 가득 끼더니, 이내 거리에 있던 수많은 관광객들과 행인들이 사라집니다. 당황하기도 잠시, 당신의 핸드폰에 전화번호가 뜹니다. 알고 있는 이름. 그건 KPC입니다. [ 어디야? 당황했어? 괜찮아. 내가 안내하는 대로만 오면 돼. 닐스 야드 세 블록 앞에서 만나. 가는 길은 내가 가르쳐줄게. 전화, 끊지 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