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도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 닭장 같은 집들. 어떤 역사에도 자세히 쓰여지지 않을 인생. 그래도 우리는 여기에 살아 있어,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무슨 의미일지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낡아빠진 문 너머로 쾅, 쾅, 쾅 하는, 우악스러운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나야, 좋은 일거리 하나 가지고 왔어.” 목소리의 주인은, KPC입니다. 반쯤 고장나 이제는 여는 데에 힘이 아주 많이 들어가는 문을 몇 번 걷어차 열어젖히면, 그는 당신의 집 안으로 자연스럽게 발을 딛고서는 소파에 몸을 묻습니다. “너 나랑 배달 좀 하자.”
먹먹하게 흐린 하늘, 먼지처럼 흩날리는 눈송이, 살갗이 찢어지는 듯한 추위. 당신은 피 웅덩이 속에서 깨어납니다. 어깨의 벌어진 상처에선 피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으며,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끔찍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866……니다. 안심…시오, 국민……." "안심, 안심하십시오. 안전지대의 최전방은 최강의 인류에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당신은…….
가을 휴가를 앞둔 여러분은 메사추세츠의 숲을 낀 도시에 위치한 별장을 대여합니다. 타인 소유인 별장을 대여한다는 점이 평범한 휴가와 다른 자극이 되지 않을까요? 가을 숲길을 따라 운전하면 해질녘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초대장 메일에 적혀 있던 문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하네요. 즐거운 가을 휴가 보내세요! 귀하의 행운을 빌며.
생명의 7가지 조건 CELLULAR ORGANIZATION METABOLISM RESPONSIVENESS REPRODUCTION HOMEOSTASIS HEREDITY ADAPTATION 식물이 사라진 2054년의 지구. 알 수 없는 이유로 몇 년 전 광합성과 동시에 성장을 멈춘 지구상의 모든 식물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며, 이 재앙을 타파하기 위해 임시로 설립된 세계정부. 세계정부에선 인간 종을 유지시킬 산소의 양은 오직 1014년 어치가 남았다는 발표가 있었으며, 남은 산소의 양을 늘리기 위하여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모든 식물종은 더 이상 지구의 생물이 아니었습니다. 이 정책들은 출산률의 통제부터 먹이사슬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모든 동물의 인공 멸종을 포함합니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에는 원인에 따른 결과인 재앙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동물의 38%가 지구에서 자취를 감추었으며, 당장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식량난입니다. 수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사회는 계급제가 더욱 심해져 부를 가진 자만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 외에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거리가 잿빛으로 변했으나, 오래 그리 살아온 자들도 있는 터입니다. 현재 세계정부에서 엄선한 소수의 정예 과학자들이 이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무슨 연구를 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인류의 유일한 희망은 이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병원을 나가는 환자들에게는 재회를 기약하지 않는다. "아직은 퇴원할 수 없어." 또 같은 소리! 언제쯤 나갈 수 있냐고 묻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 먼저 대답해버리는 KPC의 목소리가 진료실에 무겁게 울립니다. 이제 몸도 다 나은 것 같은데, 억지로 나를 꾀병환자로 만들어버리는 KPC 때문에 병원에서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다른 환자들은 의사의 확인을 받고 하나둘씩 퇴원을 하기 시작하는데, 왜 나는 아직까지 병원을 나가면 안 된다는 것일까요. 오늘도 의문만이 남은 채 당신은 진료실을 나섭니다.
좀비 사태가 발발한 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4시간 안에 감염된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는 이대로 멸망되는 듯 했으나,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인류는 이를 희망이라 불렀습니다. 치료제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치료제를 투여했음에도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비활성화 상태로 몸 안에 계속 남아있는 사람들 또한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당신이 고개를 돌리면 불이 켜진 유리창 너머에는 kpc가 서 있습니다. 헤어진 후 처음 보는 kpc는 당신이 기억하던 kpc 이던가요? 그는 바이러스의 감염자, 좀비잖아요. 과연 100시간 후, kpc는 바이러스에서 완치되어 좀비에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그해 가을, 런던은 간헐적으로 오던 부슬비 한 번 내리지 않을 정도로 건조했습니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인사가 바뀌었을 정도로 날씨는 한동안 화제였죠. 그야, 한 달 넘게 제대로 된 햇빛을 보지 못했을 정도로 무거운 구름이 꼈는데도 비가 내리지 않았는 걸요. 하지만 도시에서 날씨는 그저 찰나의 관심거리였을 뿐, 며칠이 지나자 사람들은 여느 때와 같은 나날을 보냅니다.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 가득한 하늘 아래, 길게 뻗은 거리는 행인들의 발자국 소리로 소란스럽습니다. 낙엽이 지기 시작하자 기침소리가 도시에 가득해졌습니다. 폐결핵이 유행한다는 말이 돌았지만 사람들은 그저 원인 모를 마른 기침만을 할 뿐입니다. 사람들이 그저 고통을 삼키기만 할 때, 몇몇 왕족이 궁을 버리고 런던에서 떠났다는 소문마저 돕니다. KPC도 기침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질 무렵 강에서 하나, 둘 익사한 시체들이 떠오르고, 도시의 소란을 삼켜버릴 것만 같은 겨울, 하늘에서 모래처럼 마른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동일한 질병 증세를 보였습니다. 곧 학자들에 의해 이 질병이 전례없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임을 알아냈고, 파이로젠 바이러스라 명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미디어는 이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라고 불렀고,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이를 좀비 사태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바이러스는 곧 전 지구를 장악했고, 인류의 70%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오늘은 좀비사태가 발발한지 일년 7개월 12일째. 당신과 치아키는 이 절망적인 세상속에서 서로를 의지해가며 안전지대로 향하는 여정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기나긴 전쟁, 그리고 핵폭발로 인해 황폐화된 지구. 핵무기가 폭발한 지점, 그라운드 제로에는 폭발에 휩쓸려 지상에 있던 모든 것이 사라졌고 그라운드 제로를 중심으로 수 백, 수 천 km까지 방사능이 퍼져 살아있는 인간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땅이 되었다. 계속된 전쟁으로 인해 살아남은 인류는 수 천 명 안팎. 화려한 도시도, 눈부신 문명도 지금은 스러져 가는 폐허가 되었을 뿐이다.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은 군락을 이루어 살기 시작했지만 남은 이들에게 남은 것은 미래에 대한 불신 뿐. 이대로 인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겠지. 차라리 핵폭발과 함께 한순간에 죽는 게 나았을까. 종말은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남은 사람들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왔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핵폭발 중심지에서 이상 현상이 관측된다.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조사하기 위해 탐사대가 꾸려지고. 탐사원으로 선발된 카나메와 치아키는 그라운드 제로를 향해 길을 떠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