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안 잔다니까!" 또 시작입니다. 침대 밑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느니, 꿈에 괴물이 나온다느니, 잠자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느니, 온갖 핑계를 들어가며 잠들지 않으려고 하는 저 도련님(도련님)말이에요. 보수가 월등히 많은 탓에 이 깊은 숲속까지 들어와 저 막무가내 도련님의 어리광을 수년째 받아주고는 있지만, 이젠 정말 관둘 때가 된 걸까요. 이 저택의 사용인인 탐사자는 오늘도 깊은 한숨을 쉬며 KPC를 달랩니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범인을 색출해내는 기술도 날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웬만한 범죄자는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감옥에 들어가기 일쑤죠. 경찰의 눈을 피해 음지에서 기어 다니는 죄 많은 그들…… 아, 물론 동정하는 건 아니에요. 정의로운 신입 형사인 당신에게 죄는 뿌리 뽑아야 할 악덕이며, 악당은 혼쭐을 내줘야 할 불량 씨앗이니까요. “그런데, 벌써 몇 번째 검거에 실패하는 게 가당키나 하냔 말이야!” 쾅, 상사가 책상을 크게 내리치며 분통을 터트립니다. 책상 위에는 오늘 아침에 발간된 따끈따끈한 신문이 펼쳐져 있습니다. 1면에 들어간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그 유명한, 팬텀 블루 미스트의 화려한 예고장입니다. 어렵게 꼬아놓은 퀴즈나 수수께끼도 없이, 정정당당하게(이 말을 써도 괜찮을까요?)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 어느 장소에서 보아요!” 발송된 예고에는 언제나 그렇듯 푸른 안개꽃이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이왕 친절하게 예고장을 보낼 거라면 뭘 훔쳐 가는지도 말해달라고!” 그렇습니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범인을 색출해내는 기술도 날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웬만한 범죄자는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감옥에 들어가기 일쑤죠. 경찰의 눈을 피해 음지에서 기어 다니는 죄 많은 그들…… 사이에서도, 경찰을 우롱하며 훨훨 날아다니는 푸른 안개의 괴도! 이번에는 꼭, 반드시…… 그를 붙잡아 보이겠어요!
사제복을 입은 미친 이를 보았습니까? 황무지만이 남은 이 세계에서 사람을 찾아 홀로 떠돌던 당신의 앞에 나타난 무너진 성당과 그 성당의 주인. 그는 곧 당신의 얼굴을 보고 울더니, 웃더니, 고백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백이었습니다. 사랑한다 말해주세요.
센트럴 런던, 코벤트 광장을 지나면 작은 골목길이 있습니다. 그곳은 알록달록한 건물로 이루어진, 닐스 야드라는 거리입니다. 코벤트 광장을 산책하던 당신은 그 골목길을 발견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그런데 돌연 안개가 가득 끼더니, 이내 거리에 있던 수많은 관광객들과 행인들이 사라집니다. 당황하기도 잠시, 당신의 핸드폰에 전화번호가 뜹니다. 알고 있는 이름. 그건 KPC입니다. [ 어디야? 당황했어? 괜찮아. 내가 안내하는 대로만 오면 돼. 닐스 야드 세 블록 앞에서 만나. 가는 길은 내가 가르쳐줄게. 전화, 끊지 마. ]
손에 닿은 피부가 서늘했다. 창 밖의 바다는 유난히 창백했고. KPC과 탐사자는 올해의 겨울 휴가를 위해 바닷가의 호텔에 방문했습니다. 바다는 아름답고, 호텔의 시설은 완벽하지만…… 코가 잘려나갈 정도로 흉포한 한파가 몰아치는 날씨 탓에 인기척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덕분에 정경이 완벽한 방을 얻을 수 있었으니 행운일까요? 창밖으로 넓은 바다가 펼쳐집니다. 흰색에 가까운 색 바랜 모래사장까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입니다. 고즈넉한 겨울의 바다.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풍경…… 물속의 것들도 모두 잠들거나 죽었을 계절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바다의 마지막을 목격하는 중일지도 몰라요. 짠 내음이 나는 물 대신 애매한 감성에 젖었을 때, 인터폰이 울립니다. “룸서비스가 도착했습니다.”
늦은 밤, 걸려온 전화에 탐사자는 잠에서 깹니다. 소중한 사람에게서 걸려온 전화입니다. 불안한 호흡, 떨리는 목소리… 그 끝에 들려온 것은 “…나 사람을 죽인 것 같아. 지금 와줄 수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생명에 치명적인 충병이 유행 중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옵니다. kpc 또한 이주 전 쯤부터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습니다. 아직 위험성이 밝혀 지지 않았기에 병원은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었으며, 허가를 받은 환자의 간병인들만이 출입이 가능하다 합니다. kpc는 괜찮은걸까요? 조금 걱정이 되는데... 그리고 탐사자는 오늘, 병원에서부터 느닷없이 kpc의 간병인으로서 채택되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오늘 탐사자는 어떠한 이유로 여유롭게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갑자기 당신의 팔짱을 끼고 친근하게 굽니다. 누구인가, 하고 돌아보니 다름아닌 KPC네요. 그는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당신에게 말합니다. "하,하하... 자기야, 왜 이제 왔어~ 한참 기다렸잖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저희는 그런 사이가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