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가 될 적성을 가진 우자를 발견했거든요. 스카웃을 부탁하고 싶어요.”
환절기로 접어들며 감기가 유행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KPC 또한 마침 심한 감기에 걸렸다고 하네요! 괜찮을까요, KPC는 혼자일텐데요. 열 기운때문인지, KPC는 평소보다도 솔직한 잔 투정이 조금 늘은 듯 보입니다. “저기, 혹시 와 줄 수 있어? 심심하기도 하고…” 아픈 사람이 혼자서 자신의 몸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겠죠. 병문안을 가 볼까요?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너에게 바치는 입맞춤 때는 화이트데이 전 날. 탐사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키스를 부르는 초콜릿을 구매하게 됩니다. 무사히 도착한 초콜릿을 kpc에게 선물했는데... 어라? 초콜릿을 먹은 kpc의 혀에 하트 무늬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하트 무늬를 보고 있으니 견딜 수 없이, 도저히 못 참을 정도로, 주체 되지 않을 정도로 지금 당장 키스해주고 싶어요! 이 기분은 도대체 뭐죠? 화이트데이의 기적일까요?
"뭐야 이거?! 뭐야 이거!? 부끄러워! 보지 마!" 어째선지 돌연, KPC의 몸에서 퐁퐁 하트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래서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겨버릴텐데,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보아라. 이것이 용이 하늘에 오르기 전, 쏘아 떨어뜨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 한 달 전, 아름다운 물의 도시 학라郝曪를 이끌던 장 대인이 오랫동안 앓던 지병을 떨쳐 내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사람이 생전 얼마나 존경받았는지 알고 싶다면 그가 죽은 뒤를 보라고 하던가요. 장례는 실로 화려하게 치러졌습니다. 그뿐인가요. 식이 끝난 뒤로도 가게의 문간에 걸린 추모용 꽃장식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며, 아이들은 내내 그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불렀고, 해가 머리 위에 올라앉아도 밤이 가시질 않은 듯 사람들의 옷깃은 제 색을 찾지 못하고 내내 검었지요. 슬픔은 오래 이어졌으나, 흩날리는 꽃잎 아래 고여 있는 것이 눈물이 아닌 피 웅덩이라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장 대인이 숨을 거둔 그날의 일입니다. 밤이 깊었음에도 그가 머물던 저택에는 불이 켜지지 않았지요.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마지막을 지키기 위해 저택에 방문했으나 아침이 밝은 뒤 문을 열고 나온 이는 단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창 너머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등지고 걸어 나오는 그의 어깨 너머로 보인 방 안은 시뻘건 핏물로 가득했고, 소름 끼치는 적막이 그 위를 장식되어 있었더랍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장 대인, 학라郝曪의 우두머리이자 오랜 시간 황룡회黃龍會의 산주山主로 살아왔던 이의 후계자가 결정되었으니 이보다 더 중한 일이 있을까요? 황룡회의 새로운 산주. 학라의 새로운 용. 그것이 바로 KPC입니다. “용이 하늘에 오르기 위해서는 합당한 의식을 치러야 할 것이다.” 전통에 따라 KPC는 사흘 뒤 성대한 즉위식을 치르게 됩니다. 즉위식을 치르고 나면 그는 완전한 용으로 인정받아 더는 손을 쓸 수 없는 곳으로 가고 맙니다. PC, 당신은 그렇게 되기 전에 조직에 숨어들어 그를 죽여야만 합니다. 사흘. 당신이 용을 쏘아 떨어뜨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바로 지금. 당신들은 신을 자처하는 서로의 얼굴을 봅니다. 신이란 완전하며 완전한 것은 유일해야 해요. 하지만 들어보세요. 균형을 잡기 위해선 양쪽에 같은 무게가 필요하잖아요? 지금 이대로도 나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보세요. 눈앞에 들이 밀어지는 두 개의 뿔이... 아직 기억하나요. 나선으로 빙글빙글 휘몰아치던 하늘을.
500년 전. 요괴가 인간을 지배하던 암흑기. 신들은 지상의 일엔 개입하지 않는 원칙을 내세우며 관망하고 있었습니다. 하늘에 머무는 것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의 호의기 때문이죠. 우주의 균형을 지키는 것엔 대가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지상엔 이렇게 기록되었던가요? 하늘에서 보옥이 굴러떨어진 날. 그날은 하늘에서 귀인이 찾아오던 밤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눈은 봅니다. 아주 불길한 징조를.
괴물! 괴물! 괴물! 식물이 돌아온 2054년의 지구. 알 수 없는 이유로 몇 년 전 광합성과 동시에 성장을 멈춘 지구상의 모든 식물이 다시 생기를 되찾는 일에는 다행히도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며, 이 재앙을 타파하기 위해 임시로 설립되었던 세계정부는 세계정부의 수장과 함께 목표를 잃은 채 와해되 었습니다. 우울한 잿빛이었던 도시는 한 천재 과학자와 그의 정체를 알 수 없는 파트너의 활약으로 모두가 까먹은 지 오래이며, 출산률 통제와 동물종의 인공 멸종 등의 정책들을 발표하던 세계정부가 사라진 이후 도시는 분명, 조금 나른해졌습니다. 식물종들의 기적적인 부활로 느릿하게나마 농업이 부활한 이후, 심각했던 식량난도 점차 완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더위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27일 올해 들어 전 도시의 모든 지역에 폭우주의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오늘의 날짜는 10년 전 천문학의 역사상 기록적인 조화파수렴이 관측된 지 정확히 2일 전의 날짜로—…] 켜져 있는 텔레비전에서 나온 뉴스 앵커의 목소리에 잠에서 깹니다. 녹빛이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초여름은 게으른 척을 하며 금세 다가 왔습니다. 후덥지근한 날씨가 아침에 일어나는 일을 힘들게 하네요. 열려 있는 창문 너머로 매미 소리와 데워진 풀내음이 싱그럽게 풍깁니 다. 이토록 평화로움에 불구하고 왜인지 머리는 깨질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계속 비슷한 꿈을 꾸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 같지만, 깨어나면 왜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꿈에서 깰 때마다 간신히 기억나 는 유일한 것은… 어둠 속에서도 영묘하게 빛을 내는 두 초록색 눈동자.
인간과 요괴의 전쟁이 끝난지 300여년. 오랫동안 평화로웠던 대륙에 다시 파란이 일고 있습니다. 진리의 수레바퀴에서 제일 먼저 떨어졌다 전해지는 신의 보물. 바르샤의 눈이라고 불리는 보옥 때문입니다. 수호신들이 인간의 왕으로 군림하는 지금. 어깨를 나란히 해온 영수들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합니다. 당신들은 이 대륙의 진정한 지배자를 가리려 합니다.
OUR LAST HOUR 우리의 마지막 시간 덜컹. 귓전을 스치는 소음이 달콤한 잠을 깨운 순간, 탐사자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몸을 추스른 탐사자는 본능적으로 어둑한 주변을 살핍니다. 컨테이너에 가득 들어있는 여행용 트렁크 가방. 발생지를 알 수 없으나 끊임없이 들려오는 웅웅대는 소리. 위태롭게 흔들리는 지면과 그에 따라 가누기 힘든 몸. 여긴 설마 비행기 안인 걸까요? 탐사자가 아는 객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모습이지만 말이죠. 어쩌다 이런 곳에 오게 된 건지 기억을 더듬지만 생각나는 게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탐사자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걸요. 백지처럼 비어버린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오직 하나. 얼굴도 모를 누군가의 이름뿐입니다. KPC, KPC. 탐사자의 본능이 그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본능을 따라서 행동하십시오.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게.